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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조급한 낙관론

스탁데일(Stockdale) 장군은 미 해군 중장이었다. 중장은 별이 세 개다.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8년동안 포로생활을 한다. 일리노이 주 출신이었던 그는 베트남전에 잡힌 미군포로 중에, 가장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포로생활에서 풀려난 뒤에 미국으로 돌아와서 정치에도 잠깐 손을 댄다. 세계적인 갑부기업가 로스 페로(Ross Perot)가 1992년에 무소속으로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것이다.   스탁데일 장군은 포로생활 중에 극심한 고문과 고통을 오랫동안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는 결국에는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이 포로 생활에서 반드시 벗어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언젠가는 이곳에서의 경험이 반드시 내 인생에 운명 지어진, 보다 나은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경험으로 쓰일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었다.”   스탁데일 장군은 어떤 사람들이 포로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죽어나갔는지 하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을 한다. "포로생활 중에 한 명씩 죽어나가는 것은 조급한 낙관론자들이었다. 조급한 낙관론자들은 ‘이번 크리스마스만 되면 풀려날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를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한 해가 지나가면 실망을 한다. 그랬다가 다시 ‘부활절까지는 풀려날 수 있을 거야’라고 새로운 기대를 한다. 하지만 다시 부활절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더 큰 실망을 한다. 그러다가 ’Thanksgiving에는 풀려날 수 있겠지’라고 다시 한번 기대를 한다. 하지만 Thanksgiving에도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절망을 하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어나간다.”   그의 말에 따르면 조급한 낙관론자들은 위기에 약하다. 그들은 위기가 계속되면 쉽게 포기한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두 가지 단어가 나온다. ‘조급한’과 ‘낙관론’이다. 그는 자기 자신이 포로생활을 견뎌 낸 것이 ‘낙관론’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급한’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위기상황에 빠졌을 때, 낙관론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조급한’ 것이 위험한 것이다. 그가 이야기한 조급한 낙관론자는 너무 쉽게 기대를 했다가 너무 쉽게 실망을 하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강철 같은 믿음과 낙관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조급하지는 말아야 한다. 위기는 계속해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위기는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결되는 것이다.     물론 그 위기를 극복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위기가 끝나가는 시기에 또 다른 위기가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위기를 견뎌낸 우리의 맷집은 한층 두꺼워져 있을 것이다.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도 ‘조급함’ 때문이다. 너무 조급하게 투자를 결정하거나, 너무 서둘러서 투자를 철회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도 조급함 때문일 때가 많다. 준비가 안된 상대방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설레발을 떨다가 번번이 당한다.     아무리 긴 터널도 끝이 날 것이다. 사업도, 투자도, 사랑도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언제인 지는 모르지만 그날은 반드시 온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낙관론 조급 8년동안 포로생활 위기 상황 그때 위기

2024-04-11

[기고] ‘교토삼굴(狡兎三窟)’과 리스크 관리

2023년 계묘년은 검은 토끼해다. 토끼는 성질이 순하고 귀여울 뿐 아니라 영리하고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진다. 별주부전에서도 토끼는 용왕에게 간을 빼앗길 위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날 만큼 영리한 동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토끼에게는 재난에서 잘 벗어나는 지혜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토끼가 위기에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파 두었다가 그 중 한 쪽으로 빠져나가 목숨을 구한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격언도 있다. 이것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 토끼의 지혜로움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의미한다.     리스크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미리 예측하고 실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리스크를 완화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즉각 조치를 취해 나가는 과정이 리스크 관리이다. 우리가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사소한 리스크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하나의 원인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혹자는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확실성을 포함하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은 결코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없으며, 항상 어느 정도는 무지한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가진 정보의 대부분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다는 주장이다.     미래에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리스크 관리는 의사 결정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그래서 효율적인 다섯 단계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예측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찾아내어 목록을 작성한다. 둘째, 목록에 있는 리스크의 발생 확률과 영향에 근거하여 리스크를 정량화 한다. 셋째,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넷째, 리스크 관리 계획을 세운다. 다섯째, 목록에 있는 리스크들을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리스크를 예측하고 관리하면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리스크를 한문으로 쓰면 위기라는 단어가 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다. 그러기에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기회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2023년에도 우리 앞에는 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가중되는 주거비용 부담, 끝나지 않는 코로나 사태 등 복합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어두운 경제 전망 속에서, 우리는 예상되는 위기와 예측 불가능한 위기를 전제로 올 한 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 개의 굴을 파 두었다가 위기를 모면하는 영리한 토끼처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어 모든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위기가 닥쳐올 때 준비가 되지 않은 개인과 조직은 무너지게 마련이지만, 잘 준비된 개인과 조직은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기고 교토 리스크 리스크 하나 리스크 관리 위기 상황

2023-01-11

[시론] 북한 코로나는 ‘정치적 재앙’

많은 이들처럼, 필자는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 상황이 됐다. 지난 12일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알린 뒤 확진자·사망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전국적 확산은 시간문제이며 치명률도 2%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수십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는 재앙이다.   북한 정치국회의는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긴급 의약품 배포, 소독, 철저한 봉쇄 조치를 한다는 것인데, 중국 사례로 보듯 이 조치로 오미크론 확산세는 늦추겠지만 막을 순 없다. 봉쇄된 상하이 시민들은 식료품과 의약품 부족으로 참혹하게 지냈다. 그나마 식료품을 사재기할 수 있었지만 북한에선 봉쇄 조치가 긴급하게 취해진 데다 주민들이 식료품을 대량 구입할 재정적 여력도 없다.   주민에겐 인도적 재앙이고, 북한 정권엔 정치적 재앙이다. 지난 2년 국경 봉쇄로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며 백신도 필요 없다고 역설해온 북한 당국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면역력도 낮다. 코로나는 지방 협동농장 농민뿐 아니라 북한 정권 유지의 기반인 평양의 엘리트층도 강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 상황을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한 건 과장이 아니다. 14일 노동신문에선 “국가 안전을 믿음직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했는데, 북한 정권의 안위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과 같다. 정보가 부족하고 정보 불신이 강한 북한에선 루머가 곧 공포를 확산하고, 공포는 다시 분노를 부를 것이다.   사람들은 북한이 질서정연한 사회이고 주민들은 당국에 순종한다고 믿곤 한다. 그러나 2009년 섣부른 화폐 개혁을 하고 ‘돈주’의 화폐를 몰수했을 때 폭동과 시위가 일어났고, 북한 정권은 죄 없는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하고 없던 일로 되돌렸다.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다시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사태가 당조직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 특정 세력이 문책당하고 총살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지경을 만든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분노한 주민들이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봉쇄명령을 어기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코로나가 북한군 내에도 확산하고 기지가 봉쇄되면 군의 반란도 일어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핵실험 같은 이벤트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그런 행동은 북한 정권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제20차 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 코로나와 경제 침체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을 화나게 할 것이고, 국제 사회도 북한에 대한 동정심을 거둬들일 수 있다.   더욱이 북한 정권의 의도와 달리 이미 여섯 차례나 한 핵실험을 한 번 더 한다 해서 북한 주민이 크게 감동할 것 같진 않다. 주민 생명이 코로나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을 핵 실험에 낭비한다는 분노와 불신으로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 정권엔 최악이다. 그렇다고 북한 정권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긴 아니다.   북한 정권은 현재 위기를 풀 실마리조차 못 찾고 있다.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벨라루스에서 보듯 코로나 대응 실패로 인한 국민 분노는 하루아침에 정권 안위를 위협할 수 있다. 북한은 바나나 껍질이 깔린 길을 위태롭게 걷는 주정뱅이 행보를 오랫동안 보여왔다. 지금까진 운과 우방국 도움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한 번만 잘못 밟아도 넘어질 수 있다. 정권 붕괴다. 북한은 지금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정말 크고 미끄러운 바나나 껍질 위에 있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북한 코로나 코로나 대응 정권 안위 위기 상황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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